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헛소리

D-65

 



나는 버리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사은품으로 받은 파우치, 여행 다녀온 영수증, 그동안 썼지만 아직 반이상 백지로 남아 있는 수첩...
쓰지도 않고, 1년에 한번도 꺼내보지 않는 물건들.
언젠간 쓰겠지. 언젠간 추억을 들쳐보며 미소짓겠지. 라고 생각하며 쌓아놓은 물건들.

나는 쇼핑하는 것을 좋아한다.
버리지는 못하고, 계속 사모으니 내 방은 창고다.



책상 밑에는 비즈공예 재료와 천연화장품 만들기 재료로 가득차 있고, 사모은 책들은 오갈 곳 없이 쌓여 있다.
내 방이 더러운 것을 그동안 나의 성격 탓으로 돌렸었는데,
그 성격 탓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단 성격 탓은 맞는데, 청소하지 않는 성격 탓이라기보다는...
버리지 못하는 성격 탓이다.



그래서 독하게 마음을 먹고 물건을 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오늘 버린 거라곤 그동안 구워놨던 만화 시디 뿐이다.
만화는 이미 하드에 가득차 있기 때문에 미련 없이 시디를 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영화 시디는 아직 버리지 못했다.
조만간 백업하고, 버려야지.



옷도 마찬가지다. 중학교 때 입던 옷이 아직 있다.
남방은 스무개쯤 된다. 그 중에 입는 건 서너개뿐.
20년 전 옷도 있으니, 10년 전에 산 옷은 99% 있다.
여름 티셔츠가 30개쯤 된다. 입는 건 5개정도다.
포기하는 게 힘들다.
언젠간 유행이 돌아오지 않을까. 구멍도 안났는데, 버리는 건 잘못이 아닐까. 생각이 많다.

가끔 입는 옷도 있다.
고등학교 때 입고다니던 코트를 아직도 가끔 입는다.
디자인이 좋지 않아서 조금 궁상맞다.

가끔은 대박 아이템이 나올 때도 있다.
하지만, 보관비용을 따지면 싸구려 그런 옷들은 버리는 게 낫다.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25세 이후에 산 옷 빼고는 80%가 싸구려 옷이다.
그런데도... 난 버리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내가 버릴 수 있을까?



의여고에서 인턴교사를 할 때, 같이 근무하시던 화학쌤이 있었다.
의여고 1년 선배셨는데, 참 부러운 성격을 가지고 계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미련 없이 버리기다.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면 가차없이 버리신다.
'우리 이거 버려요' 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그 옆에서 또 쭈뼛댄다.



우리 집에서 내 살림이 빠져나가면 집이 텅텅 빌 것 같다.
아직 짐은 반 뿐이 안쌌는데... 상자가 10박스는 되는 것 같다.
뭘 버려야 할까?

난 여전히 공황상태.
지난 주말 이후로 평균 5시간 뿐이 자지 못해서 판단력도 흐려진 상태다.
신경이 날카로워져서 잠을 못자는 것 같다.

내일은 알람을 끄고 푹 자야겠다.
일단, 이런 글을 그만 쓰고 일찍 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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